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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야기/수다로 푸는 세상

효성 요양보호사 교육원과 인연2(교육원 실장님의 미소와 친절)

by 威儀진칠수 2023. 3. 3.

 

     요양보호사 자격 취득 시 국비 지원을 받는 경우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다. 지원한 해당 요양보호사 교육원을 방문하여 자비 부담 결제를 해야 최종 등록이 완료된다. 인터넷상에서, 많은 교육생 입에 오르내리는 효성 요양보호사 교육원은 대한병원 맞은편 건물 7층에 자리했다. 여느 업종과 마찬가지로 건물 외벽에는 교육원 간판이 붙어 있었다. 깊은 역사를 가진 교육원인 만큼 외부 간판 도색은 흐릿했다. 역사의 흔적이라 할 수 있다. 역사는 믿음과 등치 관계다. 엘리베이터로 7층 사무실에 들어서니 사무실에는 두 분의 직원이 업무에 열중하고 있었다. 안쪽에 앉아 계신 분이 바쁜 와중에도 화사한 웃음으로 맞이해 주셨다. 이분은 효성 요양보호사 교육원의 행정 전반을 책임지고 계신 실장님이었다. 누구라도 낯선 곳을 방문하면 어리둥절하고 어색하기 마련이다. 실장님의 다정한 미소와 친절에 내성적인 나의 어리둥절과 어색은 온데간데없어졌다.

 

     요양보호사 자격 취득은 시험 보기 전 선행조건으로 일정한 과정의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그래야 시험 칠 수 있는 자격이 부여된다. 그러니만큼 어느 교육원이든 요양보호사 교육원은 갑의 위치에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시스템상 이런 갑의 위치에 있는 교육원은 이에 상응하는 고객맞이를 분명히 하리라 생각했다. 갑질을 말한다. 유명 항공사 3세의 갑질이 여전히 뇌리에서 맴돈다. 오죽했으면 방송에서 갑질을 다룬 프로가 생겼을까 싶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 갑질이 만연하고 그 폐해 또한 크다는 방증 아니겠는가. 요양보호사 교육원도 정도의 차이이지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고 지레짐작했다. 이런 갑의 위치에 있는 곳이나 사람은 대체로 방문자에게 무미건조한 관례적이고 사무적인 인사를 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효성 요양보호사 사무실에 들어섰을 때 안쪽에 앉아 계신 실장님의 친절한 미소와 밝은 목소리가 내 지레짐작의 생각과 엇박자였다. 의아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교육원 방문 전 HRD-net에 미리 등록하여 나의 정보는 바로 튀어나왔다. 편리하면서도 무서운 세상이란 생각이 스쳐 지났다. 자비 부담 결제, 교육 기간, 수업 진행되는 방식, 출석 및 퇴실 등 교육 기간에 교육생이 알아야 할 전반적인 내용에 대해 두 번 질문할 것 없이 조곤조곤 친절하게 설명해 주셨다. 사무적인 냄새는 비행기 안에서나 찾아야 할 것 같았다.

 

     요양보호사 교육생 나이는 대체로 고령이다. 게다가 전업주부가 대다수다. 삶에 전념하느라 공부와는 담을 쌓은 분들일 것이다. 나이가 많고 공부한 지가 오래된지라 젊은 사람에 비해 여러 면에서 총기가 떨어질 것이다. 이런 분들을 상대하는 교육원 측에서는 아주 난감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지 싶다. 이런 때 숨겨진 갑질이 나올 우려가 다분하다. 불친절한 맛집이라도 맛있는 음식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갈 수밖에 없듯 설사 갑질하는 교육원일지라도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교육을 이수해야 하기에 교육생은 달리 도리가 없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갑질이 우려되는 이유다.

 

     그런데 효성 요양보호사 교육원 실장님은 나의 이런 섣부른 우려를 비웃기라도 하듯 아름다운 미소로 우려를 일거에 삼켜버렸다. 실장님의 친절과 나의 지레짐작의 갭이 컸던 모양이다. 40명의 교육생이 다녀갔다면 같은 내용을 40번 이상 되풀이했을 것이다. 척척 잘 알아듣는 사람도 있겠지만 반대의 분들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연령층이 고령이고 책을 손에서 놓은 지 아득한 옛날인 전업주부들이 대부분이라 후자가 훨씬 많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때 갑의 위치라면 갑질을 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실장님은 달랐다. 공손했다. 따듯했다. 미소 지었다. 고운 말씨였다. 조곤조곤했다. 요양보호사가 어르신 돌보는 마음으로 교육생을 맞이했다. 실장님은 피붙이를 대하는 정감과 겸손한 자세로 교육생을 어머니, 언니, 오빠, 동생처럼 대했다. 누구나 처음 대면하는 사람에게 경계를 설정하기 마련이다. 실장님처럼 겸손, 공손, 미소, 정감으로 다가온다면 누가 무장한 경계를 풀지 않겠는가. 노력의 결과도 없진 않겠지만 타고난 천성이 더 앞서지 싶었다. 규격스럽지 않고 자연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위보다 자연이 아름다운 것이다.

 

     사실 연세 드신 분을 상대하는 곳은 업종 불문하고 고객에게 두세 번 반복적인 설명은 불가피할 것이다. 그런데도 실장님은 그 권위적인 갑의 위치를 내세우기는커녕 아름다운 미소와 친절로 방문하는 수많은 교육생의 입꼬리를 귀에 걸리게 했다. 반복적인 성가심에 평상심을 유지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교과목 선생님 중 한 분은 열정으로 가르치셨다. 하지만 교육생의 반복되는 같은 질문에 “방금 설명해 드린 내용을 또~~~” 라며 얼굴에는 인위의 웃음을, 말씀에는 감정을 묻힌 채 무안을 주었다. 이런 사실에 비추어 실장님은 도를 터득한 분임에 틀림없다. 깨달은 분이란 특별한 분이 아니다. 자신이 맡은 일에 거슬림이 없게 하는 분일 것이다. 옥에 티라 할 수 있지만, 실장님의 미소와 친절이 상쇄하고도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