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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야기/수다로 푸는 세상

효성 요양보호사 교육원과 인연1(거지가 요양보호사로 환골탈태)

by 威儀진칠수 2023. 2. 24.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날마다 집에서 내 모습은 늘 자유의 넘침이다. 정제된 표현으로 자유라는 단어를 붙였지만 실상 모든 질서나 규칙을 배제한 캐 세라 쎄라의 생활이다. 밥 먹고 싶으면 냉장고를 뒤적이고, 잠자고 싶으면 머리 닿는 곳이 침대이고, 응가 하고 싶으면 나 홀로 속 홀로 다방으로 직행하고, 책 보고 싶으면 스님처럼 앉은뱅이 책상 앞에 반가좌하고, 유튜브 보고 싶으면 인터넷 켜는 그런 생활. 내 맘대로 생활의 극치를 말한다. 집안이라 보는 이는 없지만, 그 모습은 거지에 준하거나 그것을 넘어서는 모양새다.

 

     축 처진 눈꺼풀 언저리 곳곳은 눈곱이 보일 듯 말 듯 사람들을 기만해 보려 하지만 먹혀들 리 없다. 수염은 전형적인 산적과 다름없고 흡사 노숙자 모양새다. 노숙자의 찡그리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누리끼리한 턱수염에는 군계일학의 하얀 털도 몇 가닥 섞여 조화를 이룬다. 조화라는 표현에 균형을 떠 올릴 수 있겠지만 이 역시 지저분함의 다른 표현이다. 윤기 없이 메마른 입술은 가뭄에 논바닥 갈라지듯 보기 흉하고 혓바닥이 입술에 닿는 꺼칠함으로 뜯어낸 핏망울 흔적은 애처롭다. 듬성듬성한 머리카락은 풀기 빠진 실처럼 흐물거리며 주체성을 잃은 듯하다. 게다가 질서를 무시하고 이리저리 짓눌려 떡밥 같은 모양새다. 무질서의 혼돈이 극에 달한 모습이다. 여기에 몇 날 며칠 물 구경을 못 한 땟자국인지 육신에서 분출되는 기름기 인지 번들거린다. 개기름 같다. 견공이 노할 언사다. 마누라의 속옷 갈아입으라는 성화에 노는 놈이 빨랫감을 꾸역꾸역 내놓으셔야 하겠냐는 괴변으로 더러움을 겹겹이 덧칠한다. 그 결과 1주일 이상 입었던 러닝 아랫자락이 축 늘어진 채 누렇게 빛바랜 색상이 참말로 가관이다. 시력이 좋지 않은 사람은 원래 모습인 듯 착각할 수도 있으니 조심하시라. 고약한 내음으로 쓰러질 수도 있다. 위험한 곳은 경고장으로 사람들의 접근을 막아야 한다. 다행히 출입자는 냄새에 익숙한 가족만이다. 이런 추한 모습으로 군용 노란색 가디건을 걸친 채 이리저리 집안을 배회한다. 한정된 공간의 노숙자임이 분명하다. 여기에 담배 한 개비를 꼬나물고 골목 어귀에서 한쪽 다리를 흔들고 있다면 영락없는 동네 용팔이 형이다. 부녀자들이 기겁하고 다른 길로 우회할 것이다. 퇴직 후 특별한 몇몇 날을 제외하고 한결같이 쭉 이어져 온 나의 참모습이다.

 

     남들이 보면 눈살을 찌푸릴 이런 거지스러운 자태로 스탠딩 책상 위 노트북 작은 화면 속으로 머리를 처박고 기어들어 갈 자세를 취한다. 나름 열중하는 모습이다. 불교, 사주, 부동산 공부한답시고 모자라는 머리를 억지 춘향 격으로 쥐어짜는 모습에서 곧 폭발 예견 가능하다. 이런 폭발 직전의 나에게 바깥 구경 좀 하라고 지인이 좋은 정보 하나를 던져 주었다. 퇴직한 나이 정도 되면 악덕 고용주인 자신이 그동안 부려 먹었던 장기들의 고통 호소하는 애처로운 소리를 여기저기서 듣게 된다. 퇴직한 처지의 사람 간 대화의 주제는 늘 한정되기 마련이다. 건강, 노년, 죽음 등등 대부분 달가워하지 않는 단어들이다. 여기에 유사한 단어를 몇 개 더 덧대면 관련어로 치매와 뇌혈관 질환까지 등장한다. 대화는 끝말잇기처럼 이어진다. 이어서 요양보호사 단어도 연관 단어로 튀어나온다. 지인의 아내가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했다고 했다. 연로하신 부모님을 봉양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 했다. 노년에 이른 부부가 서로 챙길 때가 되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자격증이 될 것이므로 한 살이라도 주름살 카운트가 쉬울 때 시작하는 편이 어떠냐고 제안했다. 주변에 많은 사람이 요양보호사에 관한 관심이 높다. 너도나도 자격증을 따야 한다고 아우성친다. 흐르는 깊은 물에서 헤엄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은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닌 뒤로 밀리는 것이다. 행렬에 동참하는 것이 최소한 뒤처지지는 않는 일이다. 나이 든다는 것에 대한 조바심일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이 아니더라도 나에게 주어진 것 중 가장 헐렁한 것이 시간이다. 시간은 돈이지만 헐렁하게 보내면 쓰레기에 다름 아니다. 쓰레기를 돈으로 바꿀 기회가 온 것이다. 기회는 왔을 때 놓치지 말고 잡아야 한다고 그랬다.

 

     마음이 동한 김에 바로 쇠뿔 빼러 나섰다. 내가 사는 지역에 요양보호사 교육원을 검색해 보았다. 늘 지나다니던 곳에 평소 보이지 않던 요양보호소 교육원이 즐비했다. 어르신 보살핌 시설도 한 집 건너 보였다. 이렇듯 육안으로 보면 보이지 않던 것도 심안으로 보니 모두가 사정권에 들어왔다. 육안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참 이기적인 작자다. 믿지 못하겠거든 실험해 보시라. 맨눈으로 특정 사물을 보고 있으면서 다른 생각을 하면 그 다른 생각만 떠오르지 육안으로 본 것은 기억에 없다. 마음의 눈으로 보아야 제대로 볼 수 있다. 옛 어른들이 “벌로 보지 말고 단디 보고 댕기라” 라고 한 말이 이 말 아닌가 싶다.

 

     요양보호사 교육원 선택에 나름 최소한의 기준을 정해 보았다. 첫째는 무엇보다 합격률이다. 교육생을 많이 배출한 오랜 역사를 가진 교육원이 합격률도 당연히 높을 것은 자명하다. 물론 난이도 있는 시험은 아니지만, 사자가 토끼를 잡을 때 집중하는 것처럼 교육원 선택을 신중히 해야 한다. 가르치는 선생님 실력도 수준 이상이면 좋을 것이다. 그런데 선생님 실력은 직접 강의를 들어보지 않고는 알 재간이 없다. 물론 인터넷에 올라온 경험자의 블로그 내용을 참고할 수는 있지만, 다분히 주관적일 것이다. 그래도 참고는 할 만하다. 또한 집에서 다니기 편한 곳이어야 한다. 교육환경도 쾌적한 곳이면 더욱 좋을 것이다. 지금 천상에 있는 교육원을 찾고 있는 것은 아닌지 원성이 자자할 수 있겠다. 탐진치에서 탐이 과한 것인가. 부처님은 탐진치를 내려놓으라 그렇게 말씀 하셨는데 전생의 업이 얼마나 크기에 이다지도 욕심을 부린단 말인가. 참회합니다.

 

     완벽에 가까운 교육원을 찾겠다는 생각은 요양보호사 자격 취득에 관심이 없다는 우회적인 말일 수 있다. 선남선녀들이 바라는 이성상은 늘 완벽에 가까운 사람이다. 완벽한 상대는 천상에나 존재하지, 현실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 결혼하지 않겠다는 다른 말일 것이다. 이러한 것을 극복하려면 현실과 자신의 수준을 고려한 현실 인식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욕심은 일을 그르치게 하는 주범이다. 비록 욕심이 과하긴 하지만 최소한의 기준에 근접한 교육원이 인터넷 그물망에 걸려들었다. 인터넷 곳곳에서 어서 오라며 온갖 유혹의 손짓을 하였지만 다른 곳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오직 한곳 장기요양보험 탄생과 거의 비슷한 역사를 가진 초창기 설립한 교육원 하나만이 눈에 들어왔다. 집에서 접근성도 나쁘지 않았다. 수유역과 가까워 교통도 편리했다. 합격률도 90% 이상으로 만족 수준이었다. 인터넷으로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은 이 정도였다. 효성 요양보호사 교육원. 이제 남은 것은 효성 요양보호사 교육원의 교육환경 여부다. 교육환경이 좋아야만 공부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멀리 가지 않아도 생각나는 말이 있다. 맹모삼천지교. 교육환경 확인은 현장에 답이 있다. 직접 방문하여 내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 가장 정확할 것이다.

 

     서울 한 모퉁이 구석진 곳에 사는 나에게 강북구청 언저리는 시내로 통한다. 시골 어르신이 읍내 볼일 보러 나가는 것과 같다. 구청 주변에 볼일 보러 나가는 김에 교육원을 방문하였다. 수유사거리 대한병원 맞은편 모서리 건물 7층에 효성 요양보호사 교육원이 자리하고 있었다. 엘리베이터 안에는 여전히 코로나로 인한 마스크 착용 권유문이 붙어 있었다. 7층에 내려 몇 발자국 안으로 들어가니 좌우 양쪽에 사무실이 보였다. 오른쪽은 재가요양보호센터라는 간판이 붙어 있었다. 효성 요양보호사 교육원에서 운영하는 센터인 듯했다. 교육원에서 센터까지 겸하고 있다. 왼쪽은 내가 찾는 효성 요양보호사 교육원 사무실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섰다. 건조한 탓인지 가습기가 작동되고 있었다. 조금 좁은 듯한 사무실에는 두 분 선생님이 업무를 보고 있었다. 이분들은 굳이 내 소개를 하지 않아도 아시는 듯했다. 안쪽에 앉아 계신 분이 교육과정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해 주셨다. 그리고 이끌리듯 망설임 없이 바로 등록하였다. 교육환경 분위기 파악은 생각조차 잊은 채 친절한 설명에 취해 등록한 것이다. 결정적인 등록 원인은 설명하신 분의 아름다운 미소와 다정한 친절이었다. 미소와 친절이 등록의 인연이 된 것이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이 교육원 행정 전반을 책임지고 계신 실장님이었다. 이렇게 효성 요양보호사 교육원과 인연을 맺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