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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주이야기

사주명리학 만학도

by 威儀진칠수 2022. 3. 30.

    어떤 분야든지 오랜 기간 노력과 정성을 다했다면 결실이 있어야 한다. 결실이 없거나 기대 이하라면 그 일은 자신과 궁합이 맞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다면 적성과 거리가 있을지 모르는 일이다. 이런 경우 인내심을 거론하며 견디거나 아집을 부리는 일은 현명하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나는 정년퇴직 하고 부동산경매 관련 일을 하면서 여생을 보내기로 일찌감치 마음먹었다. 그리하여 퇴직 전후 적지 않은 공을 들였다. 부동산중개업 겸업도 생각해서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하는 귀여움도 토했다. 매일경제와 한국자산관리사협회에서 공동 주관한 부동산자산관리사 자격증도 획득했다. 부동산경매 관련 유명 학원이나 강사를 찾아다니며 열정을 불태우기도 했다. 부동산 강연이나 세미나가 있으면 장소 불문하고 쫓아다니는 부지런도 떨었다. 이렇게 공부한 것을 바탕으로 경매에 응찰하여 다수의 물건을 낙찰받았다. 수익형 부동산을 일반 매수하여 월세를 놓기도 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쓰레기에 가까운 부동산만 긁어모은 꼴이었다. 경매 초보 시절 끝없이 연속되는 낙찰 실패로 초조한 나머지 누가 보더라도 높은 가격에 낙찰받았다. 누가 보더라도 물건분석을 제대로 하지 않은 당연한 결과였다. 여기에 얇은 나의 귀도 쓰레기와 다를 바 없는 물건 수거에 한몫 톡톡히 했다. 오직 수익형 부동산만이 대세라는 자칭 전문가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였던 것이 문제였다. 부동산 시장 전체를 아우르는 시야를 가져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쓰레기에 가까운 부동산은 시간이 흘러도 그 신분에서 자발적으로 벗어나는 귀여움은 보이지 않았다. 하염없이 인내하며 기다려 보았지만 함흥차사라는 말은 이때도 사용할 수 있는 고사성어임을 알게 되는 것에 그칠 뿐이었다. 어떤 분야 부동산업에 종사하더라도 부동산 시장 전체를 읽는 안목은 필수다. 이 사실은 임장(부동산 현장답사)과 더불어 언제나 유효하게 작동하는 부동산업계 불변의 법칙이자 금언이다.

   

   최근 전국적으로 아파트 가격이 급상승했다. 부동산 관련 일을 했다고 하면 많은 사람이 부러워한다. 갭투자든지 주거용이든지 수도권과 조정지역이 된 곳에 부동산을 매수했거나 가진 사람은 결과적으로 시세차익을 남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부러움의 대상이 아니다. 수도권이나 일부 조정지역으로 선정된 지역에서 갭투자로 시세차익을 남긴 사례와는 거리가 한참이나 멀었기 때문이다.

 

   부동산과 인연이 아닌 또 다른 이유 하나가 더 있다. 낙찰받은 물건이나 매수한 부동산 중 상승 가능성이 없을 것으로 자체 판단하고 물건을 매도하고 나면 여지없이 가격이 상승했다. 머피의 법칙이 나를 비웃었다. 이 정도라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비록 부동산 분야에 쏟은 화력이 지극할지언정 미련 없이 떠나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부득이 벗어날 수 없는 사정이 있다면 주 업종이라도 바꾸는 지혜를 보여야 했다.

부동산 공부 한번 제대로 하지 않았는데도 주거용으로 구매한 부동산이 국가가 부동산정책에 손만 대면 상승하는 호재에 힘입어 수익을 남긴 사람들은 나 같은 사람에게 이른다. 그렇게 열심히 부동산 공부하더니 그동안 뭘 했느냐며 핀잔주기 일쑤였다. 자존심은 천길만길 나락으로 떨어졌지만, 입이 10개인들 무슨 변명이 필요하겠는가. 그저 꿀 먹은 벙어리가 최선의 대응인 셈이었다.

 

   그래서 업종을 바꾸기로 마음먹었다. 60세를 훌쩍 넘긴 나이에 하던 일을 관두고 새로운 일거리를 찾아 업종을 바꾸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설혹 새로운 일을 찾는다고 하더라도 여러 가지 제약으로 감당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잡다한 생각에 머리가 아팠다. 머뭇거리며 뒷짐 진 채 소중한 하루하루를 허비하고 있을 수만 없었다. 돌파구를 찾기 위한 손쉬운 방법인 인터넷 서핑을 했다.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50플러스 재단』이라는 단체를 알게 되었다. 50플러스 재단은 50대 이후 퇴직한 사람에게 취미나 일거리 등을 알선해 주는 곳이다. 또한 그들의 관심 분야 강좌를 개설하여 노후 건강한 삶에 도움을 주는 공익재단이었다.

 

   누가 뭐라 해도 퇴직자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건강과 돈이다. 하나 더 든다면 수입 과다 여부를 떠나 일거리를 갖는 것이다. 나 또한 여느 퇴직자와 다를 바 없기에 평소 관심 분야였던 8체질 수강으로 시작하였다. 그리고 이 재단 회원이 되었다. 무엇이든지 시작이 어렵지 그다음은 일사천리다. 후속으로 글쓰기 강좌도 들었다. 봇물이 터지자 수강 범위가 넓어졌다.

 

   다소 생소한 분야라 할 수 있는 사주명리학도 듣게 되었다. 그동안 사주 상담을 매년 받아 보기만 했지 배워 볼 생각은 못 했다. 그래서 사주의 참모습을 알 기회는 사실 없었다. 비록 맛보기에 불과한 강의로 기초 정도 배웠는데도 매력 있는 오묘한 학문으로 여겨졌다. 업종 전환을 고려 중인 나에게 한 줄기 빛으로 다가왔다. 과연 부동산경매를 대체할 만한 분야인지가 궁금했다. 태어날 때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여덟 글자로 한 사람의 인생 항로를 탐색할 수 있다는 사실은 나를 설레게 했다. 부동산경매 대체 업종으로 이만한 분야가 없을 것 같았다. 마음이 바빠졌다. 나는 이렇게 알게 된 사주명리학과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 『50플러스 노원센터』에서 실시한 사주명리학 기본 강좌가 끝난 후 담당 선생님께 정식으로 배우기로 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약 2개월 정도 들어본 결과 처음 기대가 무너졌다. 문제는 선생님의 실력이 아니라 강의 스타일이 나와 맞지 않았다. 환자도 의사와 궁합이 맞아야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다. 사주를 비롯한 어떤 분야 공부도 선생님과 학생 간에 궁합이 맞아야 한다. 그래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이다. 나와 느낌과 궁합이 맞는 스승님 찾는 일이 우선이었다. 그러나 이제 걸음마 단계인 초보자가 내 입맛에 맞는 선생님 만나는 일이 그리 쉬운 일이겠는가.

 

   인터넷에는 곳곳의 사주 상담가들이 다들 자기가 최고라며 자화자찬 일색이다.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분들도 비슷한 소리였다. 대부분 자신이 잘났다고 하니 그럼 최고가 아닌 사람은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사주명리학과 동양학은 묵직한 학문이다. 음양오행으로 시작하는 사주명리학과 공자 왈 맹자 왈로 시작하는 동양학의 무게는 결코 만만치 않다. 묵직한 학문인 만큼 오랜 세월 인고의 노력으로 내공을 다져야 하는 학문이다. 1~2년 단기간의 노력으로 넘볼 수 있는 가벼운 학문이 아니다. 궁합이 맞지 않으면 오랜 기간 함께 할 수 없다는 생각이었다.

 

   시중에는 입담을 내세워 효험 없는 약을 파는 약장수 같은 사주 상담가들도 즐비하였다. 자칫 정신줄 놓는 순간 이들에 현혹되어 약장수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정신 차리지 않으면 자신도 사이비 역술가 대열에 합류하고 마는 것이다. 이러한 점을 백번 고려하여 훌륭한 선생님 찾는 일에 노력과 정성을 다했다. 인터넷을 샅샅이 뒤졌지만 모두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분들 뿐이었다. 확신이 가는 선생님은 쉽게 나타나지 않았다.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던가. 어느 날 사주 공부를 함께 했던 도반이 SNS에서 사주명리학 신동으로 소문난 분을 알려주었다. 신동이라고 하니 일반적인 분야라면 어린아이로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주명리학에 종사하는 분들은 평균 연령이 있는지라 신동이라고 해도 30대 중반의 젊은 분이었다. 몇 편의 유튜브 강의를 들어보니 과연 신동이다 싶었다. 사주를 해석하는 통변의 범위가 무궁무진했다. 젊은 분임에도 창조적 사고 너비가 대단했다. 입에서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그러나 나이가 젊어서 그런지 학문의 깊이는 넓이에 비해 부족한 듯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대단한 선생님임은 분명했다. 이 신동 선생님 강의를 본격적으로 들어볼까 생각하다가 유튜브에 올라온 맛보기 몇 편을 더 듣고 결정하기로 했다. 그런데 뭔가 모를 2% 미진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정식으로 강의 듣는 것은 포기했다. 대신 이분을 가르친 선생님이 누구인지 알아보기로 했다. 어느 정도 연세도 있을 것 같고 훌륭한 젊은 신동을 배출한 스승님이시니 학문의 깊이도 두텁지 않을까 생각했다. 독학이 아닌 이상 분명히 선생님이 있을 것이다. 신동 선생님의 맛보기 유튜브 강의에서 본인 선생님에 대해 한 번쯤 언급하지 않을까 싶었다. 강의를 들으면서 내용보다 어떤 분의 성함이 거명되는지 거기에 더 주목했다. 예측은 빗나가지 않았다. 신동의 가장 신뢰하고 존경하는 스승님은 화풍정이라는 분이었다. 옳거니.

 

   인터넷에 수소문하니 다음카페에서 『화풍정의 명리신탐』을 운영하고 있었다. 카페에 가입하여 구석구석을 누볐다. 게시된 글도 보고 유튜브 맛보기 강의도 들었다. 내가 찾던 바로 그 선생님이 화풍정 선생님인 것을 게시된 글과 맛보기 강의로 확신할 수 있었다. 선생님은 주 종목인 사주명리학뿐 아니고 인접 학문인 동양학까지 섭렵하신 분이었다. 함부로 범접할 수 없는 포스도 느껴졌다. 포스라고 하니 근엄함과 권위를 연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런 의미의 포스가 아닌 학문적인 포스를 말한다. 선생님은 늘 미소를 머금은 자상한 교장 선생님 같은 분이었다. 아재 개그는 다소 딱딱할 수도 있는 사주명리학 강의장 분위기를 소소한 웃음으로 소환하는 위력을 발휘하였다. 이제 더 이상 길을 헤맬 필요가 없게 되었다. 그토록 원하던 선생님을 만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훌륭한 선생님께 지도를 받는다 하더라도 최소한의 사주명리학을 공부할 수 있는 인자는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인자가 없는 노력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노력만으로는 선천적으로 타고난 사람의 노력에 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에게 사주명리학 인자가 있는지 궁금했다. 선생님의 판단을 받아 보고 싶었다. 인생 후반은 결과나 돈에 연연해하지 말라고 하셨다. 즐기는 마음으로 사주명리학 공부에 임한다면 무난하다고 하셨다. 60세 이전까지는 결과로 꽃을 피우는 구조라고 했다. 60세 이후는 하고 싶은 일을 즐기다 보면 결과는 자연스럽게 따라 오는 구조라 했다. 돈이나 결과에 연연하면 목표가 주어지는 꼴이 되어 스트레스를 감당하기 어렵게 될 것이라 했다. 마음을 비우고 즐기라는 충고로 여겨졌다.

 

   그런데 딱 부러지는 인자 존재 여부의 말씀은 없었다. 인자가 없다는 말이다. 사주명리학은 나에게 설렘과 두근거림을 주었다. 이런 사실이 인자 존재 증거라고 우기고 싶었다.

 

   사주명리학! 이제 새로운 진로는 정해졌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부동산경매에서 사주명리학으로 주 업종이 변경된 것이다. 인간의 일에 사주명리학적 해석을 내가 해 볼 수 있을 거로 생각하니 설렌다. 늦은 나이에 입문하는 사주명리학이라 조급해질 수 있다. 그러나 지름길을 비켜나서 정석대로 배울 것이다. 묵직한 학문인 만큼 무르익기까지 다소 시간도 걸릴 것이다. 이것마저도 개의치 않고 오랜 기간 맘껏 즐길 생각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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