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비오는 날은 싫다 그러나 자연이다

by 威儀진칠수 2021. 1. 26.

    저녁 하늘이 잔뜩 찌푸린 모습을 보고 잠자리에 들었다. 기어코 새벽녘에 비가 내렸다. 새벽 운동을 가야 하는데 우산을 찾아도 보이지 않는다. 어머니는 비가 오면 양손을 자유자재로 사용해야 하는 일을 하시므로 우의를 입으신다. 우산이 집에 없는 이유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인지라 몇 방울 맞기로 하고 대차게 뛰었다. 장소는 The Seven city다. 500여 미터 거리에 있는 쇼핑몰이다. 가게가 아직 문을 열기 전이라 한적하다. 쇼핑몰 내 빈 공간에서 운동을 한다. 무슨 운동? 손에는 줄넘기가 쥐어져 있다. 새벽인데도 포근한 영상 날씨인 창원에서 새벽 운동으로 줄넘기를 하고 있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는 대체로 금방 그치지 않는다. 3,000번의 줄넘기를 마쳤는데도 비는 그때까지 내리고 있었다. 질긴 놈이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도 오래 맞다 보면 속옷까지 젖는다. 속력 내어 다시 집으로 뛰었다. 뛰면서 빗물이 튀어 신발이 축축했다. 머리에도 빗방울이 묻었다. 바짓가랑이에도 비 흔적이 고스란히 남았다. 집에 도착하여 어머니께 궁시렁거렸다. 사람 사는 집에 우산도 하나 없냐고. 미안해하는 어머니 모습에 괜히 그랬나 싶다. 참지 못하는 이 버럭 성질 이 생에 반드시 고치고 말리라.(어머니 죄송합니다)

    아침을 챙겨 드리고 집을 나섰다. 비이면서도 비가 아닌 듯 감질나게 내리는 이런 비는 나는 선호하지 않는다. 이런 비가 내리면 누구는 감상에 젖어 시인이 되기도 한다는데 나는 감정이 많이 메말랐나 보다. 주차되어 있는 차량까지 약 150여 미터 거리다. 또 전 속력으로 뛰었다. 다다다다~~~~ 전 속력이라 해 봐야 100미터 20초가 넘을 것이다. 차량 문을 열고 한 방울이라도 덜 맞을 요량에 잽싸게 올랐다. 머리에 묻은 빗방울이 성가시고 짜증난다. 축축한 신발은 더 짜증 난다. 바짓가랑이에 묻은 빗물은 체온이 말리겠지만. 그러면 한기도 함께 올 것이다. 이래 저래 기분상으로 오늘은 버린 하루가 될 것 같다. 집을 나서며 기상예보를 봤더니 온종일 비가 온다고 했다. 다운된 기분이 업 되까 해서 음악을 틀었다. 유튜브에서 흘러나오는 정수라의 “어느덧 문득”이라는 노래 가사가 애절하다. 리듬도 가사 못지않게 절절하다. 나의 지금 감정을 심하게 건드리는 노래다. 음악은 오히려 다운된 기분과 잘 동화되어 가라앉은 내 마음을 더 침몰시켰다. 역시 오늘은 비가 하루를 망치는 날인가 보다. 그러나 어쩌리, 비도 자연인 것을. 깨달음을 향하는 어른은 여전히 자연과 친하려고 애쓴다. 언젠가 비가 오면 오나 보다, 바람 불면 부나 보다, 천둥, 번개 치면 치나 보다라며 자연을 초월의 경지에서 볼 날이 올 것이다